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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찬성론, 그리고 징병 앞잡이의 망령

해부루 2026. 3. 19. 09:39

# 호르무즈 파병 찬성론, 그리고 징병 앞잡이의 亡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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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호르무즈에 즉각 파병해야…한미동맹의 자세"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가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안전 확보는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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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처음엔 비극으로, 두 번째엔 희극으로. 그러나 때로는 두 번 모두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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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한국에 요청했다. 한국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중동의 분쟁 수역에,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내달라는 요구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요구에 화답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중에는 전한길이 있다. 역사를 가르친다는 사람이.

역사를 가르치는 자가 역사를 망각했다. 아니, 어쩌면 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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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30~40년대의 풍경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징병제를 실시하며 가장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은 총칼이 아니었다. 바로 조선인의 입이었다. 총독부의 강압만으로는 수십만 조선 청년을 전장으로 내모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조선인 지식인과 유력자들을 동원했다.

*"황국의 신민으로서 총을 들어야 한다."*
*"이것이 조선의 지위를 높이는 길이다."*
*"거부하면 더 큰 불이익이 온다."*

이런 말을 앞장서서 외친 이들이 있었다. 이광수가 그랬고, 최남선이 그랬고, 이름 없는 수많은 군·면 단위 앞잡이들이 그랬다. 그들은 제국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그것을 동족에게 설파했다. 혹자는 진심으로 믿었고, 혹자는 생존을 위해 그랬으며, 혹자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수많은 조선 청년이 태평양과 중국 대륙의 전선에서 '남의 전쟁'을 위해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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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지금 호르무즈 파병 찬성론의 논거를 들어보라.

*"동맹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거부하면 한미관계가 손상된다."*
*"파병이 오히려 국익이다."*

어디서 들어본 문법이지 않은가. 강대국의 요구를 '의무'로 포장하고, 거부의 비용을 과장하며, 복종을 '전략'이라 미화하는 방식. 80년 전 징병 앞잡이들의 언어와 이 논설의 언어는 놀랍도록 동형(同形)이다. 달라진 것은 제국의 이름과 언어뿐이다. 일본어가 영어로 바뀌었을 뿐, "제국의 전쟁에 식민지의 청년을 동원하는 논리" 의 구조는 그대로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영해가 아니다.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긴장은 한국이 만든 갈등이 아니다. 그 해협에서 한국 청년이 목숨을 잃어야 할 한국적 이유는, 80년 전 조선 청년이 과달카날에서 죽어야 했던 '조선적 이유'만큼이나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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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사 강사의 자격

전한길은 역사를 가르친다. 수험생들에게 일제강점기를 설명하고, 친일 협력의 문제를 강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알아야 한다. 친일 부역자들이 대부분 '악인'이어서 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 중 다수는 '현실론자'였고 '동맹론자'였으며 '국익론자'였다. 그들도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역사의 비극은 악인보다 **논리를 가진 협력자**에 의해 더 깊어진다.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 역사가 경고하는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면,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의견 차이가 아니다. 이것은 직업적 모순이며, 지적 부정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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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반론에 대해

물론 반론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주권 국가이고, 동맹은 조약에 기반하며, 파병은 민주적 절차를 거친다고. 맞다. 형식은 다르다. 그러나 역사적 유추란 형식의 동일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논리의 유사성**을 짚는 것이다.

강대국의 전략적 필요 → 동맹·의무의 언어로 포장 → 내부 협력자의 동원 → 약소국 청년의 희생. 이 사슬의 구조는 반복된다. 다만 매번 새로운 옷을 입고.

진정한 동맹은 대등한 협의에 기초한다.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순간, 그것은 동맹이 아니라 종속이다. 그리고 그 종속을 자발적으로 내면화하고 설파하는 자는, 부드러운 말로 포장했을지라도, 앞잡이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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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맺음말: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다

일제강점기 징병 앞잡이들은 대부분 해방 후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권력에 복무했다. 역사는 그들을 기억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억하지는 않는다.

전한길이 진정으로 역사를 사랑한다면,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직시해야 한다. 역사 강사의 권위로 젊은이들에게 '남의 전쟁에 나가라'고 설득하는 일이, 역사 속 어떤 장면과 겹쳐 보이는지를.

역사를 가르치는 자는, 적어도, 역사가 반복되는 현장의 조연이 되지 않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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