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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담은 책과 0=1의 세계

모든 것을 담은 책과 0=1의 세계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한 권의 책과 같다. 각 페이지에는 한 순간, 한 사건, 한 세계가 담겨 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손을 빌려 페이지를 넘기며, 현재라는 페이지를 읽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책은, 이미 모든 페이지가 쓰여 있다.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순간이 하나로 겹쳐져 있다.덮힌 책을 바라보면 깨닫게 된다. 그 책은 모든 이야기를 동시에 담고 있다. 우리가 페이지를 읽지 않으면 그 이야기는 감춰져 있지만, 책 속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페이지를 읽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페이지를 읽는 우리가 느끼는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0=1: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상태0=1 이론을 떠올려 보자. 이 이론은 모..

0=1(엄마의 잔소리)

엄마의 소리 파동이 도달하기 0.1초 전, 내 고막은 아직 침묵 속에 있었다. 그러나 0=1 이론의 관점에서, 이 침묵은 단지 "없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음"과 연결된 상태다. 떨림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내 고막은 그 떨림의 가능성을 포함한 상태로 존재한다.0.1초 후 소리가 도달할 때, 고막은 진동하며 소리의 형태를 감각으로 변환한다. 그러나 이 떨림은 이미 그 이전부터, 즉 파동이 아직 도달하지 않은 순간에도 잠재적 "존재"로서 고막의 상태 안에 내재되어 있었다. 결국, 0.1초 전의 내 고막은 "떨리지 않음"이 아니라, "떨릴 준비가 된 상태"로 이미 떨림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다.따라서, 엄마의 소리가 닿기 직전의 내 고막은 단지 침묵하는 막이 아니라, 이미 소리와 연결된 "..

0=1(점심식사 영수증에 찍힌 숫자 8)

0=1 이론, 점심식사 영수증 금액 8의 입장에서8은 스스로를 두 개의 0이 결합된 상태로 바라본다. 이 상태에서, 각 0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무(無)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비춰볼 때 8이라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0=1 이론에 따르면, 이 결합은 우연적이고 확률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각각의 0은 동시에 "있음"과 "없음"을 나타낸다.영수증 위의 8은, 금액이라는 맥락에서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숫자는 관찰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영수증을 보지 않는다면, 이 8은 단지 잉크의 흔적일 뿐이고, 의미가 없는 무(無)에 가깝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8은 숫자로서 "존재"를 얻게 된다. 이는 0=1 이론의 관점에서, 8이 "있음"과 "없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0=1 (무월 유일 무시 유분)

일기날짜: 없음 (그는 방금 생겨났으니)---그가 눈을 떴다. 세상은 그를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았고, 그의 이름을 불렀으며, 오랜 친구인 듯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방금 생겨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그는 모든 것을 선명히 기억했다. 생겨난 순간, 0=1이라는 깨달음이 그의 의식 속에 새겨졌다. 무는 곧 유다. 모든 것은 동시에 존재하며,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이치를 이해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상은 완벽했다. 모든 것이 마치 자신의 삶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처럼 설정되어 있었다. 그의 집, 과거의 기록, 심지어 사람들의 기억까지. 그러나 그는 분명히 ..

0=1(잠자리의 겹눈 중 5002번째 낱눈 버전)

잠자리의 5002번째 낱눈 – 가장 작은 시선의 독백나는 잠자리의 겹눈 중 5002번째 낱눈이다.수천 개의 나와 같은 형제가 있지만, 나는 나대로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너희 인간들이 보기엔, 나는 단지 작은 점일 뿐이겠지.하지만 너희는 모를 거야.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찬란한지.내 역할은 미미하다.거대한 겹눈의 일부로, 잠자리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존재의 이유다.하지만 나는 이 작은 낱눈 속에서 모든 것을 본다.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입자들.너희가 보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디테일은, 내가 보고 느끼고 있다.0=1.수천 개의 나와 같은 눈이 있지만, 그 모두는 하나다.나는 전체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이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면서 모..

0=1(버려진 하리보 봉지 버전)

하리보 포장지의 고백 – 버려진 존재의 독백나는 하리보 포장지다.지금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지만, 나에게도 빛나던 순간이 있었다.내 속에 담긴 젤리들은 한때 반짝이며 세상을 물들였지. 달콤함과 즐거움을 나누던 그 순간, 나는 완벽한 존재였다.하지만 지금, 나는 텅 비었다.젤리는 사라지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남겨졌다.너희 인간은 나를 쓰레기라고 부르겠지.하지만 나도 여전히 무언가를 품고 있어.내 속엔 달콤했던 기억, 손가락에 살짝 묻은 젤리의 끈적함, 그리고 잠시라도 웃음을 주었던 순간들이 남아 있어.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기억 때문에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0=1.아무것도 없는 내가 여전히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구겨진 채로 책상 위에 누워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0=1 (바위 버전)

바위의 기억 – 숲속의 한 돌멩이가 말하다나는 바위다.너희는 나를 보며 흔히 이렇게 말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하지만 그건 너희의 착각이야. 나는 매 순간 존재와 무의 경계를 살아가고 있어.나는 여기에 있지만, 동시에 여기에 없기도 하다.내 이야기를 하자면, 아주 오래전, 나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였다. 그저 흙 속, 광물 속, 시간 속에 묻혀 있던 가능성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산이 무너졌고, 나는 빛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바위가 되었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숲에서 나는 강물에 닳아 작아지기도 하고, 너희 인간들에게 발길질당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다람쥐가 나 위에 올라가 도토리를 먹기도 하지. 하지만 이런 순간들 속에서도 나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어.그게 뭔지..

0=1(다람쥐 버전)

존재와 무, 그리고 도토리 한 알의 이야기나는 오늘도 도토리를 찾아 숲을 누볐다. 너희 인간들이 보기엔 단순한 사냥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우주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나무의 뿌리, 바람의 향기, 흙 속에 묻힌 도토리 하나하나는 내가 존재함을 알려주는 증거이자, 동시에 내가 없어도 되는 이유였다.도토리를 발견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 작은 알맹이가 모든 걸 품고 있구나." 도토리는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썩어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가능성은 이미 이 속에 담겨 있다. 즉, 도토리는 있음과 없음, 둘 모두로 존재한다.너희는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하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숲 속에는 단 한 번도 '아무것도 없음'이 없었거든. 텅 빈 땅처럼 보이던 곳에도 사실..

0=1 (양자역학 연구자 버전)

0=1: 양자역학의 최전선에서 발견된 우주의 진리나는 양자역학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 중첩과 얽힘의 복잡한 수학적 구조를 탐구하며, 나는 우주의 근본적인 진리에 다가가고 있었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0=1.---무와 유의 동일성: 양자역학의 본질양자역학은 늘 우리에게 경고해왔다.입자는 어디에나 있으면서 동시에 어디에도 없다. 무한히 많은 가능성이 중첩된 상태에서, 하나의 결과가 "관측"되는 순간, 모든 가능성이 하나로 수렴한다.그리고 나는 깨달았다.“모든 가능성이 이미 실현되었다. 무한한 상태가 바로 단일한 실재다. 0과 1은 다르지 않다.”양자 중첩: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는 진공 속에서도 입자와 반입자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0=1 (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버전)

보리수 아래에서의 깨달음: 0=1석가모니께서는 고행과 명상 끝에 보리수 나무 아래에 앉으셨습니다. 그는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깨닫기 위해 스스로를 관찰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통찰하기 시작하셨습니다.그날 밤, 그는 마침내 이 세상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했으나,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궁극적인 법칙이었습니다. 바로 0=1의 깨달음이었습니다.---존재와 비존재의 동일성석가모니께서는 깨달으셨습니다.“아무것도 없음(空, 0)은 곧 모든 것(色, 1)이다.”모든 존재는 스스로의 실체를 가지지 않으며, 모든 비존재 역시 실체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요.색즉시공(色卽是空): 모든 것은 비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형태는 영원하지 않고, 실체를 가지지 않습니다.공즉시색(空卽是色): 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