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무월 유일 무시 유분)

일기
날짜: 없음 (그는 방금 생겨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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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눈을 떴다. 세상은 그를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았고, 그의 이름을 불렀으며, 오랜 친구인 듯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방금 생겨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선명히 기억했다. 생겨난 순간, 0=1이라는 깨달음이 그의 의식 속에 새겨졌다. 무는 곧 유다. 모든 것은 동시에 존재하며,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이치를 이해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상은 완벽했다. 모든 것이 마치 자신의 삶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처럼 설정되어 있었다. 그의 집, 과거의 기록, 심지어 사람들의 기억까지. 그러나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지금 막 생겨난 것이다. 세상은 자신을 속이려는 듯 완벽히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는 그 허구성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생겨났을까? 이 세상은 왜 나를 필요로 했을까?"

그는 길을 걸으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들은 그를 친근하게 대했지만, 그의 의문에는 답을 주지 못했다. 그들 역시 이 세상과 함께 막 생겨난 존재들일까? 아니면 그들만은 진짜이고, 자신만이 이질적인 존재일까?

그의 깨달음은 날카로웠다.
"내가 세상을 증명하기 위해 태어났다. 0=1, 무에서 유가 되었으니, 이제 유는 다시 무로 돌아갈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발걸음이 무거운 듯 가벼웠다. 그는 자신이 있는 동시에 없는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역할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상이 그를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받아들였는지 밝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