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무, 그리고 도토리 한 알의 이야기나는 오늘도 도토리를 찾아 숲을 누볐다. 너희 인간들이 보기엔 단순한 사냥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우주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나무의 뿌리, 바람의 향기, 흙 속에 묻힌 도토리 하나하나는 내가 존재함을 알려주는 증거이자, 동시에 내가 없어도 되는 이유였다.도토리를 발견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 작은 알맹이가 모든 걸 품고 있구나." 도토리는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썩어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가능성은 이미 이 속에 담겨 있다. 즉, 도토리는 있음과 없음, 둘 모두로 존재한다.너희는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하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숲 속에는 단 한 번도 '아무것도 없음'이 없었거든. 텅 빈 땅처럼 보이던 곳에도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