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숨이 끊어진 시체 같았다. 그의 몸은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피부는 창백하고 마른 이끼와 덩굴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건 죽음의 냄새가 아니라 깊은 고요와 같은 무게감이었다. 그는 마치 나무의 일부처럼 보였다. 팔과 다리는 나뭇가지처럼 뒤틀려 땅으로 뻗어 있었고, 그의 몸은 거대한 뿌리 속으로 천천히 녹아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가까이 다가갈수록 그의 존재는 단순한 사체나 나무가 아니라, 그 경계를 초월한 무언가임을 깨달았다. 그의 피부와 나무껍질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끝나는지 분간이 어려웠고, 그 틈새로 작은 새싹과 덩굴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새싹과 덩굴조차 무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